리버-로렌스 포
2023. 11. 15.

 

 

“어··· 그래··· 나 맞아.”

 

ⓒ柊山羊

 

천둥새를 조각할 수 있겠어?

𝐑𝐢𝐯𝐞𝐫-𝐋𝐚𝐰𝐫𝐞𝐧𝐜𝐞 𝐏𝐨𝐞

4th|래번클로|1987.12.25.|159cm

산사나무|천둥새의 꼬리깃|13inch|놀라울 만큼 휙 소리가 남

 

규칙 외의  또는, 규칙의  종잡을 수 없는

 


1학년을 조용히 마치고 집(리버-로렌스에게 집이 없다는 사실을 누군가는 알 것이다.)으로 돌아간 포는 방학 내내 아무런 소식도, 연락도 없다가 묵묵히 새 학년을 맞이했다. 하지만 킹스크로스역에서, 호그와트 급행열차에서, 래번클로 기숙사 테이블에서도 1학년의 그 새카만 머리카락과 적포도주색 눈동자, 수줍은 뺨과 쾌활하지만 내 것 네 것 구분이 없고 사회성 뒤틀린 순진함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러니까, 처음 보는 열네살짜리가 대신 앉아 있었기 때문에. 

“안녕, 나야, 포···.”

 

그애는 어둡고 흐린 분홍색 머리카락이 이마와 목덜미에 곱슬거리고, 호박색 눈동자 위로 동그란 반테 안경을 눌러썼고, 점이 두 개, 고글은 어디에도 없으나 팔다리만 길쭉하다. 빼빼 말랐는데 햇빛과 거리가 먼 듯한 창백한 피부에 생기라곤 찾기 힘들다. 잔뜩 긴장한 낯으로 눈치보기 바쁘고, 이따금씩 혼자 있을 때면 두 손을 꽉 쥐고 무언가를 바꾸려고 힘을 주었다가 실패해버리기 일쑤. 킹스크로스역과 급행열차에서 내내 ‘나를’ 고치려고 애써봤으나 1학년 때 열심히 노력해서 고정한 모습은 돌아오지 않는다. 꼼짝없이 이 얼굴에 익숙해지거나, 계속 시도해서 또 다른 얼굴이 되는 수밖에.

그렇게 이틀에 한 번씩은 다른 머리색, 다른 들창코, 다른 주근깨, 다른 눈동자 색, 도톰하거나 납작한 광대와 홀쭉한 볼, 둥근 뺨, 그런 것들을 바꿔치기하며 꼬박 2년을 보냈다. 교수들은 물론이고 알 만한 학생들은 포가 어떤 애인지 안다. 어쩌면 누군지 모른다. 제대로 알아간 적이 없을지도 모르고, 영 친해지기 어렵다고 생각되었는지도. 어쨌든 포는 이번에도 처음 보는 얼굴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포를 처음 보거나, 낯설어하거나, 의아해하거나, 설명할 때까지 ‘다정하게’ 곤란해하는 모습을 마주하면 배가 살살 아프고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2학년, 3학년, 4학년··· 이제는 대책이 필요한 때다! 

 

영어는 늘었고, 말수가 줄었다. 작은 파란색 자버놀은 망토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이름은 채터박스, 줄여서 채티. 이번에는 말 적은 주인과 함께 평생 침묵 속에서 사는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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