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안 베르테
2023. 11. 15.

 

“아, 여기부터는 출입금지···.”

 

ⓒCM918385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𝐅𝐚𝐛𝐢𝐚𝐧 𝐕𝐞𝐫𝐭𝐞

4th|슬리데린|1988.08.08.|165cm

포도나무|불사조의 깃털|13inch|탄성 있음

 

어정쩡  어리둥절    어영부영

 


 

후플푸프의 잔― 조건 없는 다정

1999년에 발생한 그 사건은 파비안 베르테의 인생을 180도 바꿔놓았다. 파비안이 그 변화를 처음 눈치챈 건 사흘째 되던 아침이었다. 하지 말라는 짓을 했는데도 혼나지 않았어. 마냥 다정한 교수들의 태도에 혼란스러워하던 파비안은 아침 식사 시간에 도착한 편지를 읽고서는 그야말로 혼비백산했다. 어찌나 놀랐던지 앉아있던 테이블에서 그대로 떨어졌을 정도다.

편지에 적힌 내용은 평범했다. 새로운 생활에 적응을 마쳤는지, 친구는 많이 사귀었는지, 수업은 잘 따라가고 있는지, 마법을 배우는 건 어떤지. 아주 평범한 내용이었지만, 발신인이 할아버지라는 점에서 전혀 평범하지 못했다. 파비안이 아는 할아버지는 못마땅한 마법 학교를 다니는 손주에게 이렇게 친절하고 다정한 편지를 보낼 위인이 아니었으니까!

편지에는 심지어 고양이의 사진도 동봉되어 있었다. 본가의 제 방, 제 침대에서 자는 캡틴. 할아버지가 길고양이를 집에 들였다고? 그것도 심지어 침대에서 자는 걸, 버럭 화를 내지 않고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고?

설마 할아버지가 미친 건 아니겠지? 답장을 적는 내내 손이 와들와들 떨렸다. 자리를 옮길 새도 없이 아침 식탁에서 바로 적은 답장은 기름 튄 자국과 호박 주스를 쏟은 얼룩으로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한마디도 혼내지 않고, 여전히 다정한 답장을 다시 보내왔을 뿐이다.

 

 

베르테 가족 상봉

또 다른 변화는 방학 때 일어났다. 학기를 마치고 돌아간 여름 방학, 베르테 하우스의 문을 열고 파비안을 반긴 것은 놀랍게도 ‘부모님’이었다. 

얼굴조차 가물가물했는데, 이혼했다고 들었는데, 아마 영영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할머니가 눈물을 찍어가며 하소연했는데······. 어른들은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단란했다.

 

 

그래서 파비안은

이 모든 걸 마법이라고 믿는다. 단순한 성격답게 전부 좋은 일인 셈 치고 있다. 얼떨떨하기는 하지만 부모님은 친절하고, 할머니는 행복해 보이고, 할아버지도 덜 무서우니까. 무엇보다 캡틴과 집에서 함께 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캡틴은 이제 집고양이가 다 되었다. 왕년의 카리스마 넘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지어 다음 해에는 동생이 태어났다. 남동생. 이름은 파비안이 직접 지었다. 올리버 베르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던가. 파비안 베르테를 보면 정말로 그런 것 같다. 어색하던 웃는 얼굴은 좀 더 자연스러워졌고, 말끝을 흐리던 버릇도 줄어들었다.

슬리데린 퀴디치 팀에 들어갔다. 포지션은 추격꾼. 운동 신경은 나쁘지 않은데, 시야가 좁아서 툭하면 블러저에게 얻어맞는다. 후플푸프의 잔도 블러저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선택과목은 마법 생명체 돌보기, 고대 룬 문자 연구. 참고로 룬 문자는 호그와트에 사는 고양이 씨가 추천했다. 마법사라면 고대 룬 문자 정도는 읽을 줄 알아야지! 라나 뭐라나.

모든 것이 완벽한 요즘, 가지지 못한 것은 딱 하나.
니즐. 기르고 싶지만······. 비-마법 사회에서는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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