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타나 맬러핸
2023. 11. 8.

 

“이, 이 구두가 얼마짜린데, 바보야!”

 

 

ACT1. 걸음마 오버추어

𝐋𝐚𝐧𝐭𝐚𝐧𝐚 𝐋𝐞𝐞 𝐌𝐚𝐥𝐥𝐚𝐡𝐚𝐧

1st|그리핀도르|1988.02.02.|140cm

서어나무|유니콘의 꼬리털|12inch|휘지 않음

 

허영심  미성숙  몽상가의 이면

 


✦ 외관

척 보기에도 눈길을 끈다. 그다지 좋은 의미는 아니고. 그 요란스러운 치장이 과한 걸 모르는 딱한 어린애임이 분명해 보인다는 점에서 말이다. 부끄러운 기색은 커녕, 제 스스로의 기품에 만족하는 듯 다물린 입매를 보아하니······.


오목조목 따져보자면. 머리의 리본들? 런던역 바로 앞의 장신구 가게에서 바가지까지 써 샀음에도······ 전부 싸구려다. 가히 탐욕스레 둘러댄 진주와 여러 빛의 가보석? ······죄 어린아이 장난감. 유치찬란한 알구슬과 색유리에 지나지 않는다. 금장처럼 보이는 장식들은 하나같이 플라스틱에 칠을 한 것이어서 만져 보면 지나치게 가볍다. 이 모든 치장에 든 비용? 셈하는 게 우습다. 꼴랑 20파운드짜리니까. 새빨간 에나멜 구두며 손뜨개 레이스까지는 더 논할 것도 없겠다.

 

 

출생과 가족

아하하, 이 몸에 대해 소개하자면······ 나는 소공녀야! 우리 아— 아버지가 랭커셔의 공작이거든. 날마다 나의 푸르른 영지를 시찰하며 최고급 찻잎만을 달여 마시지. 이 반짝이는 보석들이 처음부터 내 값어치를 보여줄 텐데 말이야. ······어때, 정말 근사하지 않니? 응?

 

 

— 잠깐, 정지! —
······순 터무니없는 거짓말뿐이잖아! 새로 씁시다.

 

 

출생과 가족

소공녀는 무슨. 오등작의 순서도 헷갈린다. 어설픈 말투에 격의라곤 없고 머리에는 조악한 꼬맹이들 장신구에······ 말해 뭐하나. 꼭 저처럼 세상 물정 모르는 인간이나 겨우 속아줄까 말까 싶다.


코츠월드, 콜른 강이 가로지르는 시런세스터의 초록 벌판에 그들 터전이 있다. 자그마치 7남매라는 대가족에 조부모, 제 밥벌이 못 하는 친척까지 삼대가 복작복작 부대끼며 산다. 그중 다섯째.


걸음마를 떼고부터 저마다가 일을 하는 건 규칙이랄 것도 없는 수순이다. 둘째 오빠의 약간 저는 발이나 말 더듬는 막내를 들여다볼 여유 같은 건 없었다. 노랗고 보드라운 솜털이 손등을 스쳐도 별 감흥 없이, 오늘 낳은 달걀을 성큼 거둬가는 일만을 지루한 얼굴로 반복한다. 모아온 달걀을 판에 담고 남은 것으로는 오믈렛을 아주아주 크게 몇 판이고 부친다. 딱딱한 호밀빵을 잘라 식사를 하고 나면 다시 일이다. 철마다 조금은 다르겠지만 소젖을 짜고 양털을 깎고 벽난로를 때고 낙엽을 모으고 할머니를 간병하고······.

 

 

소공녀······?

이 철없는 어린애는 스스로의 태생에 영 만족하지를 못했다. 첫째 언니가 읽어 주었던 《소공녀》가 바로 그 화근이다. 그럼 그렇지! 나를 특별히 사랑하지도 어떤 가르침을 주지도 않고 잔소리만 하는 부모님이 설마하니 친부모일 리 없어. “진짜 부모님”이 나를 애타게 기다리는 거야. 어여쁜 캐시미어 코트를 입히고 값비싼 도자기 인형을 준비하고서 나를 데려가겠지······. 그런 공상이 자리 잡더니, 어느 날부터는 그 애의 하루를 완전히 바꾸어 놓기 시작했다.


시작은 분명 “저거 진짜 어떡하냐?” “왜, 웃기잖아······.” 정도였는데. 녀석은 어느 순간부터 이 역할 놀이에 심취한 모양새였다. 쥐꼬리만 한 용돈을 쪼개고, 달걀 판 값을 빼돌려서 싸구려 장신구를 왕창 샀다. ‘소공녀’에게 꼭 걸맞는 치장이니까. 책에서 읽은 지명이나 인물 이름들을 덕지덕지 기워 붙여 허풍을 지어내고, 열심히 외웠다. 행주치마 우아하게 잡고 들어 올리며 커트시를 흉내내 보았자 가족들은 웃음거리로 여길 뿐이었지만 집념은 그리 쉬이 그치지 않았다.


학교에 가는 것도, 제 또래 애들을 잔뜩 만나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그것도 날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곳으로 가서······. 이건 지금까지와 경우가 다르니까! 바야흐로 완전히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거짓 자랑 늘어놓을 준비를 잔~뜩 하고서 왔다.

 

 

마법과의 조우

이 삶에서야 가장 놀라운 사건이었다. 마법사라니. 코츠월드 시골짜기의 별 볼 일 없던 어린애가 마법사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온 가족들이 저마다 다른 반응을 했지만, 모두가 놀라 있다는 점은 같았다. 반면에 입학 허가서의 주인공은 조금 달랐다. 평소 호들갑을 잘 떠는 성격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소식에 대한 반응만큼은 뜻밖에도 의연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는 듯이.


하하, 하하하하. 완~전히 내 날이다. 자신이 마법사라는데 소공녀라고 못 될 게 뭔가? 자신감이 아주 하늘을 찌르기 시작했다. 극의 시작은 마법 세계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안내인을 따라다니는 여정 내내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소공녀 행세를 했다.

 

치수에 맞춰 입은 교복 위로 색구슬 장난감들을 꺼내 늘어트리면, 빈 벽을 향해 뛰어드는 일 따위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기타

늘 꿈에 젖어 사는 한편으로 현실적인 삶의 규칙들에 빠삭하다. 물건을 흥정하는 법, 내일의 날씨를 점치는 법 같은 것들을 잘 안다. 주로 향촌의 어르신들 입에서나 나올 법한 종류로.

 

그 연장으로 여느 또래에 비해 생활력이 무척 강하다. 빨래, 바느질, 요리 등등에 능한 것은 물론이요, 사소한 것부터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예의 소공녀 노릇 때문에 ‘아차’하며 그만두기는 하지만···. 야무지고 약간은 투박한 손끝 같은 건 숨기려야 숨길 수가 없는 것이다.

 

흔해 보이는 풀꽃들의 이름을 잘 안다. 식용이나 약용 등의 여부를 구분하는 것에 특히 밝다.

이상의 생존형 배움들 외에는 딱히 뾰족한 특기도 취미도 없음. 이야기 읽는 건 좋아한다. 소설이나 동화나 극이나.

 

글씨체가······ 소공녀의 그것이라기엔 터무니없이 허접하다. 걸핏하면 철자를 실수하기도 한다.

 

 

웨이워트 폭발 사태에 대해?

외진 시골 비-마법사 가정에서 나고 자라 영 아는 게 없다······. 집에서 신문을 보는 건 큰오빠밖에 없었으니 일보가 벽에 덕지덕지 발린들 까만 게 글씨요 하얀 게 종이구나. 바보다. 기절했다 깨어난 거랑 어른들이 무어라 떠들던 것까지 기억은 나는데, 이 별천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기절초풍할 만큼 새로운지라 별 특별한 점도 못 느꼈다.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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