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샤 페론토
2023. 11. 23.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_0773_H

 

연주를 멈춘 밤

𝐍𝐢𝐬𝐡𝐚 𝐈𝐫𝐢𝐬 𝐏𝐞𝐫𝐨𝐧𝐭𝐨

7th|후플푸프|1987.11.29.|167cm

낙엽송|용의 심근|10inch|꽤 나긋나긋함

 

체념어린  무기력한  신경질적

 


니샤 이리스 페론토

빛바랜 회색 머리카락과 옅은 푸른빛의 눈동자. 무엇 하나 뚜렷하지 못한 채, 탁하고 흐린 빛이다. 선명하게 빛났던 게 언제 적의 일이던가. 이제는 다 타버려 탁한 재만 남았을 뿐이다. 피로가 짙게 어린 얼굴에 언제 교복을 단정하게 입었냐는 듯 죄 엉망인 꼴이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풀어헤친 와이셔츠 단추, 대충 맨 넥타이, 대체 어디로 간지 알 수 없는 망토··· 그나마 멀쩡한 게 치마 하나라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 검은색 스틸레토 힐은 걸을 때마다 듣기 싫은 소음을 자아내며, 늘어난 액세서리는 분명 질 좋은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미묘하게 어긋난 느낌을 준다.

그나마 안색이 나아 보일 때는 친구들이 준 선물을 착용했을 때다. 후플푸프 목걸이, 물방울 목걸이, 귀걸이, 이어커프 등···, 받은 선물들은 전부 손 가는 대로 착용해서 특별히 주기적으로 끼고 다니는 건 없다 보니 전체적으로 잘 착용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6학년 방학을 기점으로, 그 성실했던 니샤 이리스 페론토가 맞나 싶을 정도로 어떤 의욕도 없이, 그저 될 대로 되라는 듯 행동하기 시작했다. 짙은 체념과 피로는 이제 그를 완전히 덮었다. 본인이 크게 스트레스받는 것들에 대해서는 종종 신경질적으로 군다지만, 이 역시 오래가지 않고 포기할 때가 잦다.

 

 

페론토

제약 기업 <페론토>.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알 그 성공한 제약 기업. 당연하게도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첫째인 아이샤 페론토가 얼마 전에 전시회를 열었고, 크게 성공해 모두가 사랑하는 천재, 같은 타이틀을 얻었다는 건 이제 가십거리도 되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에 따라서 니샤 페론토가 CEO 자리를 물려받는 건 거의 확실시된 상황. 의학과 약학도 모자라 경영학도 추가로 배우는 모양이라던데···.

 

 

그날의 전시회

좋은 사람인 ‘아이샤 페론토’가 열었던 그해 여름의 전시회 주제는 <가족>, 그중에서도 아이샤가 가장 자랑했던 초상화의 주인공은 니샤 페론토였다. 첼로 연주를 하며 밝게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던 니샤는 제 언니의 압도적인 재능을 노력으로 이길 수 없다는 걸 인정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즈음의 니샤 페론토는 첼로 연주를 즐거운 마음으로 하지 못했으므로, 괴리감을 느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이상의 노력이 인정받을 수 있는가? 모두가 아니라 답했고 푸른 조언가마저 아니라 답했으므로, 니샤 페론토는 노력하는 일을 포기하기로 택했다. 그 외의 이유를 따지자면 너무 지쳤을 뿐이다.

 

 

 호그와트

인간관계는 이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될 대로 되라지의 심정. 하지만 후플푸프의 다정은 그가 아무리 관계에 무심하게 굴어도 지독하게 달라붙고는 해서, 예전과 크게 다르진 않다. 

 

남들보다 더 자주, 지독하게 들려오는 래번클로의 조언은 그가 공부하는 의미조차 없게 만들었다. 성적은 더 좋아졌으나 공부를 하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비어있는 시간에는 그저 멍하니 있거나 조용한 곳을 산책하면서 보낸다. 집중할 것을 찾지 못했다.

 

빈 교실이나 연회장에서 들려오던 첼로 연주 소리는 어느 순간부터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7학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첼로는 가지고 왔지만 더 이상 연주를 하진 않는다. 남들이 아무리 요구해도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일관된 반응을 보일 뿐이다. 그렇다면 왜 가져 왔어?

당연하게도 미련이다.

 

 

 기타

첼로 연주를 멈췄다고 한들, 그간 새겨진 굳은살이 쉽게 사라지진 않는다. 여전히 자잘한 상처와 굳은살이 가득한 손은 하얀색 장갑으로 감추고 있다. 닿는 건 이전보다 더 꺼리는 반응을 보인다.

 

이전과 달리 음식을 가리는 일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속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식사를 거르는 일이 늘어났다. 음식을 먹어도 제대로 된 소화를 시키기 어려워하는 상황.

 

호불호는 이제 말해주지 않는다.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그리고 침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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