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 현황, 보고합니다.”
톱니바퀴 하나
𝐃𝐚𝐧𝐚𝐞 𝐉𝐮𝐧𝐞
1팀|후플푸프 출신|25|1974.11.08.|165cm
마가목|용의 심근|9.5inch|휙 소리가 남
✦ 무던한 ✦ 단조로운 ✦ 강심장
시스젠더 여성, 브리스톨 출신, RH+A.
✦ 외관
로만 칼라를 연상시키는 벨트 초커, 폴라티, 흰 트렌치코트. 신축성 있는 정장 바지에 로퍼. 늘 단정하다 못해 수수한 차림새를 고수하며 장신구도 거의 착용하지 않는다. 왼손 약지의 반지를 제하면. 까만 머리칼은 귀밑 언저리에서 잘렸고 잔머리가 많다. 뜯어보면 못난 구석 없는데 그 배경 같은 수수함이 번번이 발목 잡는다. 좀처럼 기억에 남기 어려운 인상.
✦ 웨이워트에 대해
말할 것도 없이 미친 족속들로나 생각 중. 임무와 관련해 깊은 사견을 품지 않는 편인지라 크게 고민해본 주제도 못 된다. 관련하여 화제가 나온다면 대충 대꾸는 하지만, 보고서로 정리되었던 사건 일람 내 건조한 정보 값 외적으로는 그다지 아는 게 없다.
✦ 오러가 된 계기
동기들은 하나같이 조용하고 말도 없던 녀석이라 증언하는데, 뉴트 성적은 꽤 좋았단다. 말하면 놀랄 만큼. 마음먹으면 편하게 앉아 타자기나 두드리면서 월마다 찍히는 급여 타갈 수 있지 않았나? 싶은 한편······. 그냥 딱 보면 알 수 있다. 적성을 살린 선택이 이거다. 취미를 둘 줄 알았다면 서바이벌 동호회든 골프든 익스트림 스포츠든 하여간 몸과 간담을 혹사하는 일이었을 사람이다.
✦ 20대의 배경
학창 시절에 어머니를 여의었고, 그 이래 술에 절어 폐인이 되어가던 아버지와는 의절했다. 하나 있는 남동생은 되바라져서 저보다 일찍 집을 떴는데 날마다 돈 부쳐 달라고 성화다. 남만 못한 가족들을 떠나 살기 시작한 그는 런던 작은 플랫에 눌러앉았다. 하루하루 제 몸 건사해 먹고 살 걱정뿐 다른 잡생각 하나 안 했다. 어찌 보면 영리하게 태평해진 처지일지도. 가족의 무게, 사적인 영역, 그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쳐 자신만의 원 베드 룸 피안을 꾸렸으니까. 그러나 자신도 사람이다. 책임질 것도 몰두함도 없이 텅 빈 삶은 영 공허했다.
✦ 터닝 포인트
얼마 전 우산 없는 청년에게 장우산 하나를 턱 쥐여주고 지나친 게 인생을 꽤 바꾸어 놓았다. 연중 흐린 섬나라의 연중 흐린 런던이 늘 그렇듯 빌어먹게 장대비가 오는 날이었다. 다음 날 같은 자리에서 무작정 기다리던 그와 퇴근길에 다시 마주쳤다. 첫눈에 반했다며 연락처를 구해오는 그 낯 썩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다.
그 정체는 비마법 사회 증권가에서 이름 날리는 자본가 어니스트 베인. 현재 약혼 관계로 발전했다. 주변에선 격려와 부러움의 시선을 받곤 했다. “이대론 편하게 살 일만 남았네. 돈 걱정, 앞날 걱정 없이······.” 3개월밖에 남지 않은 결혼식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뭘까, 메리지 블루? 그런 상투적이고 모호한 감정의 영역보단 어떤 날선 예감에 가까웠다. 뭘까, 이름 붙일 수 없는 이 기분은.
✦ 기타
그럭저럭 사회생활 할 정도로만 습득한 술, 담배. 외 취미는 전무하다. 근무하면서 이것저것 좀 때려눕히면 스트레스 풀리죠? 어처구니없는 답변이 여럿 아연케 했다.
순간이동 면허 보유자. 나름 무사고.
✦ 제라드 어바인
하나에서 둘에서 셋으로, ‘전통적인’ 인생의 다음 단계 대기중인 청년들 사이의 미묘~한 동질감. 얄궂은 복선에 희생당할 것만 같은 기묘한 예감 느낄 적마다 타박 한 번씩 들려온다. 이래저래 사소한 것부터 조금씩 어긋나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동료. (라고 생각 중)
✦ 아를로 테시어
업무상 자주 보는 파트너. 그럭저럭 일적으로 성향 맞는 타입이라 생각하며 지내왔는데 어느새부턴가 은근한 거리감이 느껴진다⋯⋯. 뭐 잘못했나? 뭐 말 안 하면 모르지⋯⋯. 그 정도 생각으로 그럭저럭 지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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